<본 아이덴티티>와 <본 슈프리머시>를 안 본 사람에게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지만 두 편을 본 사람이라면 스포일러랄 것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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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유난히도 시리즈의 3편을 장식하는 영화들이 많았다. 슈렉, 스파이더맨, 캐리비안의 해적... 또 뭐가 있었지?...암튼 올해에 트릴로지를 완성한 시리즈의 최고는 아무래도 이렇게 박터지는 싸움에서도 결국은 무주공산이었던 초여름을 살짝 비껴선 "제이슨 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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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첩보영화의 대표주자가 JB였다면 21세기의 초반을 대표하는 첩보영화의 주인공도 여전히 JB다. 비록 전자는 James Bond이고 후자는 Jason Bourne라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아니 그 둘 사이에는 더 큰 간극이 존재한다.
 본드가 친정부적이었다면 본은 반정부적이며 본드가 여러 여자를 마다하지 않는 박애주의적 바람둥이지만 본은 한 여자와만 사랑한 순정파이다. 본드는 살인면허를 가지고 열심히 총질을 해대고 수십년은 앞선 기술력으로 만든 무기들과 자동차가 있었지만 본은 가급적 죽이기를 꺼려하며 맨손으로 싸우는 쪽을 택하고 주변의 온갖 도구를 이용하는 창의성을 보인다. 본드는 살인에 대한 별다른 의식을 갖지 않았지만 본은 자신이 저지른 살인에 대해 죄책감을 떨치지 못하고 자신이 죽인 사람의 딸에게 가서 용서를 구하고 사과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여정중에 있었던 살인에 대해서도 괴로워한다. 본드는 열심히 자신의 이름을 "본드, 제임스 본드"하며 두 번씩이나 각인시키며 과시하며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를 멈추지 않지만 본은 자신의 본명도 모르며 정체성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는다. 20세기의 첩보영웅과 21세기의 첩보영웅은 이렇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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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북아일랜드)와 영국이 충돌했던 1972년의 피의 일요일 사건을 그린, 다큐멘터리 냄새가 농후했고 그만큼 정치적이었던 <블러디 선데이>를 연출했던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본 슈프리머시>를 만들고도 <플라이트 93>을 만듦으로써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이어갔지만 결국 <본 얼티메이텀>으로 그의 상업영화에 대한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물론 그의 주특기처럼 보이는 다큐멘터리 효과를 주무기로 말이다. 화면은 줄곧 흔들리고 인물과 사건에 근접해 있으며 수많은 군중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배우들의 움직임을 화면에 담아낸다.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해있는 런던 워털루역에서 숨가쁘게 진행되는 미로같은 추격씬이나 모로코의 탕헤르에서 니키와 CIA요원, 본과 경찰이 어우러진 추격장면과 그 요원과 본의 1대 1 맨손 싸움은 바로 옆에서 구경하는 것 마냥 사실적이며 혼을 쏙 빼놓는다.
  게다가 후반부의 자동차 추격장면은 또 어떤가. 별다른 컴퓨터그래픽 효과없이 담아낸 그 시퀀스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찬양해 마지않던(데쓰 프루프를 통해 말이다) 방식을 본의 아니게 충실히 따르면서도 너무나 초현대적이다. 영화전체를 뒤덮은 핸드헬드기법은 사실감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숨가쁜 속도감과 생동감을 선사한다.
  게다가 이 영화가 제공하는 독특한 재미는 본 시리즈를 각각 떼어내고 보아도 충분히 훌륭한 첩보 액션물이지만 <본 슈프리머시>와 <본 얼티메이텀>간에 이어진 절묘한 연결점은 "아하"하는 탄성이 터진다는 점이다. 바로 본과 파멜라 랜디가 통화하면서 파멜라 랜디가 본에게 본명과 생년월일, 고향을 알려주는 장면.
  이 장면은 <본 슈프리머시>에서의 마지막 장면이기도 하지만 <본 얼티메이텀>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것은 매우 중요한 사건해결의 단초였다는 거다. <본 슈프리머시>에서 이미 매우 중요한 다음 편의 예고편를 제공한 셈이고 <본 얼티메이텀>을 보는 관객은 이 장면이 나오자마자 <본 슈프리머시>에서의 이야기를 <본 얼티메이텀>과 연결시키게 된다. <본 얼티메이텀>을 보기 전에 집에서 <본 슈프리머시>를 한 번 복습하고 극장에 간다면 좋을 듯 싶다. 뭐, <본 슈프리머시>가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면 불필요하겠지만...

  본 시리즈는 명확한 적이 없어진 탈냉전시대에 첩보액션영화가 건드릴 수 있는 틈새를 공략해 블루 오션을 개척한 선구자적 영화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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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시리즈로 개런티 대비 영화수익이 최고인 배우가 된 맷 데이먼은 <굿 윌 헌팅>이나 <레인메이커>, <리플리> 등에서 보여준 지적이고 감성적인 연기와 더불어 선굸은 액션배우로서 새로운 영역 확장을 명확하게 이룬 몇 안되는 배우가 되었다. 로버트 드 니로나 알 파티노 급을 제외하곤 에드워드 노튼 정도나 가능한 영역이다. <본 아이덴티티> 이후 걸어온 행보ㅡ오션스 12, 13, 디파티드, 굿 셰퍼드, 시리아나 등ㅡ를 보면 뭐 그리 놀라울 것도 없지만 <본 얼티메이텀>은 그에 대한 방점을 찍은 격이라고나 할까.
.........아니 내가 너무 오바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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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데이먼은 3편이 마지막이라고 했지만 폴 그린그래스가 4편을 연출하게 된다면 자신도 함께 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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