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모험소설을 읽거나 모혐영화, 만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물섬, 보물선 등 숨겨진 보물을 찾는 공상에 빠진 적이 있을 것이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어느 한 여름, 시골 할아버지 집에 놀러가서 큰 나무 밑에 드러누워 새파란 하늘을 보며 공상에 빠지다가 낮잠을 즐거거나, 혹은 허리춤에 나무로 만든 칼을 차고 시골 동네를 나돌아다니며 제 딴에는 모험이랍시고 들판을 헤치고 자신만의 아지트를 찾아서 시시콜콜한 물건을 재워놓던 유년 시절은 거의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이 갖고 있는 경험일 것이다. 물론 대부분 허기진 채로 돌아와 다시 별볼일 없는 일상으로 돌아가곤 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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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이 숨겨둔 황금을 어리숙한 세 명(네 명인가? 아니  여섯인가...)이 찾는다는 것이 큰 이야기줄기인 "얼렁뚱땅 흥신소"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애도 아니고 다 큰 어른이, 공상에서나 꿈꿀만한 일을 매우 설득력있게 진짜 황금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할 만큼 현실성있게 그려내지 않는가? 드라마의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수 권의 참고문헌들은 역사에 무지한 나에겐 꽤나 현실성, 타당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믿게 만든다. 그리고 모든 것이 허구라고 해도 상관없다. 고종이 황금을 모아놨든, 그렇지 않든, 덕수궁의 지하 어느 곳으로 통하는 비밀 통로가 있든 없든, 드라마 자체로서 매우 흡인력이 있다.
  빈 흥신소에서 어슬렁대던 상가의 젊은이들이 고양이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얼렁뚱땅 사건을 해결하면서 드라마는 시작된다. 뭐, 더 엄밀히 얘기하자면 드라마의 시작은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이 나오면서 그 일이 있기 수 개월 전으로 돌아가는 수미상관구조(학창시절 줄기차게 외운 단어를 쓰니 왠지 있어보이지 않나?)를 이루는데 이것은 드라마의 중, 후반부까지 내달린 여름과 추석의 시간적 배경(마지막은 크리스마스까지가기도 하지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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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사전 제작되지 않았나 하는 짐작을 갖게도 한다. 배우들의 연기와 그들간의 호흡 또한 나무랄 데 없이 좋다. 성장드라마 반올림에 나왔던 그 어린 여배우(옥탑방 명품댁)는 이제 갓 성인 역할을 한 것임을 생각한다면 나름 괜찮은 캐릭터를 만든 셈이다.
  게다가 드라마는 조연들, 단역들에게도 신경을 많이 썼다. 한 회가 마치면서 나오는 보너스 에피소드들 중 가장 압권이었던 "잊혀진 사람들"을 보면 정말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이야기 구조상 적잖은 수의 단역들이 갑작스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구조상의 약점을 극복케하는 이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는 보는 이로 하여금 포복절도하게 할 만큼 재미있었으며 단역들의 드라마 속 역할을 그들만의 인생으로 확장시키며 주의를 환기시키는 효과를 줌과 동시에 작은 역할 하나도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는 의지도 보여줄 수 있었다. 놀랍지 않은가? 마지막 황금을 찾는 비밀통로에서 산소의 부족이 호흡량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단순 시간으로만 계산되는 것이 의문스럽긴 하지만, 뭐...
  각 에피소드의 소제목은 여러 유명한, 혹은 어디서 들었을법한 격언이나 문장을 패러디하여 에피소드의 주제를 드러내기도 해주기도 한다. 이런 재밌는 작품을 쓴 작가가 누군가 궁금해지기도 하는데 마지막 회의 마지막 장면은 바로 작가의 자화상이 아닌가 하는 추축을 하게 한다.

  얼마 안되는 시청률로 광고가 거의 붙지 않았던 덕에 기다림의 미학을 즐길 필요가 없었던 좋은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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