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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뽀~츠/Run to BASKET!!!

WBC(World Basketball Challenge)2006 단상(斷想)

2006 월드 바스켓볼 챌린지가 꿑났다.

그리고 적잖은 돈도 깨지고...

하지만 이런 세계적인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건 미국 현지에서도 올스타전에서나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떄문에...

광복절의 더위를 식혀주기는 커녕 더 후텁지근하게 만드는 비를 피해 들어간 체육관은 역시나 뜨거운 열기로 후끈 달아 올랐다.

외국인도 많고(거의  미국인으로 추측되는데) 한국인도 많고, 체육관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건 처음 봤다. KBL때도 이랬으면 참,,,

덕분에 백인들, 흑인들 특유의 체취에 취하고 선수들의 면면에 취하며 하루를 즐길 수 있었다. (뭐 다른 인종이나 다른 나라 사람들도 황인종이나 한국사람 특유의 체취가 있다고 느끼겠지만...)

우리 나라가 터키, 리투아니아와 예상외의 선전을 펼쳤기에 일말의 기대를 안고 미국팀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 기대를 했는데 역시 마국팀의 경기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작년에 잠원동에 왔던 빈스 카터의 모습을 보고도 느낀 거지만 그들이 공격하며 드리블치고 페네트레이션을 할 때 저절로 몸이 움츠러지고 길을 내줄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고, 그들이 각잡고 (보통 백코트 진영에서 기마자세로 하는) 수비를 하면 순간 전해지는 알 수 없는 포쓰 때문에 공도 제대로 튕길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전해져 온다. 빈틈이 없다는 것은 이럴 때 쓰이는 말일 것이다.

경기전에 VIP석 쪽에서는 왕년의 스타 데럴 도킨스(덩크를 하며 골대를 부순 적도 있는... 나도 하이라이트 필름-샤킬 오닐이 연이어 골대를 박살내는 영상이 편집된 그 필름-들에서만 본 적이 있어서 별 관심이...)는 사인을 해주느라 바쁜 가운데 코트에서는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김민수, 김진수, 정훈 같은 선수들이 좋은 덩크를 선보여 참 좋았다. 몇몇 미국선수들도 관심잇게 보는 것 같기도 하고...흠흠.. 그래 그래, 경기장에 직접 가야 이런 것들을 볼 수 있다니깐.

1쿼터에서는 우리 선수들도 의욕적으로 수비하고 미국도 별 다른 공격방법을 찾지 못해 나름대로 접전이었는데 역시나 그들의 수비는 정말 대단하다는 말로 밖에 표현이 안 되는 것이었다. 올코트로 프레스를 걸어오는 체력, 순간적으로 뻗는 긴 팔, 패스가 가는 길목에서 기나긴 윙스팬으로 가로채는 스틸, 포지션을 가리지 않는 스위치, 아아아, 이것이 NBA구나 싶었다.

상대적으로, 아니 절대적으로 차이가 나는 신체적 조건, 순발력, 점프력, 체력....등등은 차치하고라도 가장 우리 선수들에게 아쉬웠던 것은 마음가짐이 아니었을까.

김승현이나 양동근 등의 가드나 공을 가진 선수가 패스할 곳을 찾아도 공을 받으러 나오지 않고("못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리 화이팅이 넘치지도 않는 느낌이었다. 체육관에 모인 사람들은 우리가 미국을 꺾어 주길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그나마(!!!) 잘 했다고 볼 수 있는 선수는 김주성, 김민수, 양희종, 김승현 정도가 아닐까 싶다.

김주성은 골밑에서 별로 기죽지 않고 괜찮은 스피를 살려서 골밑을 공격했고 블록슛도 할 만큼 좋은 움직임을 보였다. 베이스라인을 타고 들어가 블록을 피해 리버스레이업을 넣은 모습이란... KBL정상의 골밑자원의 모습을 보여줘서 참 좋았다.

그리고 김민수. 경기 막판에 보여준 덩크 하나만으로도 넌 감동이었어...ㅜㅜ 초반에 블로슛을 뜨다가 허리가 거의 접힐 뻔한 부상을 입고 가끔 허리에 손을 올릴 만큼 몸이 안 좋았을 텐데... 아마 얼리로 드래프트에 나오더라도 1순위는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잘생긴 외모와 어머니에 대한 효심은 덤.

양희종은 좀 안타까운 경우다.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어 리바운드를 따내는 모습. 그래 바로 그런 걸 보려고 경기장까지 왔단 말이다!!! 그런데 경기 초반에 브루스 보웬의 스크린을 빠져나오다가 보웬의 팔꿈치에 복부를 가격당하고 (이 모습은 똑똑히 봤는데 심판의 눈은 뭘 보고 있었단 말인가!) 결국 루즈볼을 건지려다가 송영진과 충돌하여 실려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야 말았다. 어린 선수가 그런 투지를 보여줬다면 선배 선수들이 어떤 자극이나 영감을 받았어야 할텐데 우리는 그러질 못했다...

그리고 김승현. 한국 최고의 포인트가드로서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려고 했으나 뭐, 공을 줄데가 있어야지, 원. 결국 페네트레이션을 하고 블록슛을 피하는 레이업을 쏴도 그들의 높이를 우려한 때문인지 거의 들어가지 않고, 3점도 에어볼이 나고.... 하지만 커크 하인리히를 5반칙으로 나가게 한 공로가 있다. 커크 선장이 뭐 김승현만 막다가 파울을 한 건 아니었어도 그에 대한 많은 부분은 차지했다. 그런데 김승현은 커크 선장보다는 크리스 폴을 수비하는데 좀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았다. 뭐, 그랬다고...

그리고 아쉬운 선수들.

먼저 하승진 선수.... 노마크 골밑슛을 놓치고, 프리드로우는 샤킬을 보는 것 같고 움직임은 둔하며 몸싸움은 밀린다....어쩌란 거냐... 만화 슬램덩크에서 북산의 안한수 감독이 애제자 조재중 군의 미국에서의 풀레이를 비디오로 보고 하는 말이 생각날 뿐이었다. "전혀 성장하지 않았어" "대체 뭘 하고 있는거냐" "누군가 재중이에게 기초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긴 한건가"...

아마 부상의 여파가 있긴 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실망스러운 경기였다. 앞으로 하승진 선수 스스로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을 특성화시킬 것인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뫃겠다.

그리고 방성윤 선수. 뭐 르브론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방성윤 선수가 잘 했다고 하는 인터넷 기사를 보긴 했지만 난 생각이 다르다. 난 그가 NBDL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모든 것을 버리고 3점만 노려라. 이건가? 물론 그가 열정적으로 수비하는 것은 인정한다. 그 외에는 난 그의 플레이에서 아무런 감흥을 느낄 수 없다. 득점은 팀에서 가장 많이 했을 지 몰라도 그건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득점들 뿐이다. 난 그가 3점라인에서 훼이크를 쓰고난 후 옆으로 이동하여 오픈 3점을 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돌파를 하여 골밑에서 득점을 노리다가 파울을 얻고 프리드로우를 던지는 모습이 더 보기 좋다. 난 그가 팀의 디펜스 리바운드 후의 패스를 받아 프론트 코트로 재빨리 넘어오는 것보다 디펜스 리바운드를 위해 박스아웃을 하고 나서 프론트코트로 넘어오길 기대한다. 뭐, 농구 문외한으로서의 기대이지만 난 적어도 그에게서 원하는 플레이가 많다. 그는 더 성장할 수 있는데 너무 빨리,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보여주려는 것처럼 보인다. 코치 K, 마이크 댄토니, 네이트 맥밀란이 보는 앞에서, 미국에 중계되는 ESPN의 시청자들에게 말이다.

다음으로 우리의 공격전술이다. 미국의 수비는 대체로 1대1 마크에다가 풀코트 프레싱이었다. 미국 선수들의 신체구조상의 어드밴티지와 1대1 능력을 봤을 떄 이걸 깨기에는 정말 한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왜 우린 스크린이 안 걸리고 픽앤롤도 픽앤팝도 못하는거지? 그러기엔 그들의 수비가 그만큼 도미넌트하다는 건가? 3점으로 득점을 올릴 수 있는가? 미들슛은 왜 안 던지지? 미들슛을 던질바엔 한 걸음 뒤로가 1점이라도 더 건지려는 야심 때문에?

그리고 미국의 수비는 3쿼터에 2-3지역방어를 보였다. 거의 내가 처음 보는 미국의 지역방어였다. 그래 그럼 2-3지역방어는 어떻게 깨지? 농구중계에서 그렇게도 읊어대던 45도에서의 슛 아닌가? 페넌트레이션을 하고 외곽으로 볼을 내주고 슛을 하고....그런거 말이다. 그런데 맥없이 슛도 제대로 못 던지고...아,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아직도 농구에는 많이 있다.

하지만 이 대회를 우리 선수들이 많은 훈련을 하지 못하고 몸을 덜 만든 비시즌에 열린 이벤트이고, 젊은 선수들로 새롭게 대표팀을 바꿔가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위로를 한다. 거기다 김민수, 김진수, 양희종 같은 샛별들도 (김태술도 포함시킬 수 있겠다) 기대가 되고...

뭐 개인적으로는 미국의 거성(巨星!!)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지...

p.s)엘튼 브랜드의 슛매커니즘은 참 특이하면서 위력적이란 느낌을 새삼 가진다. 그의 미들슛을 블록하기란 정말 어려울 듯. 그리고 그들의 근육은 전부 사람근육이 아니다. 말근육이다. 르브론의 거수경례 셀레브레이션을 미군들에게, 웨이드에게 나눌 때 눈이 가는건 그의 이두박근 알통이다.

  그리고 슈셉스키 감독. 생긴 것처럼 참 침착하고 선비같은 모습이었는데 3쿼터에선가 우리에게 유리한 판정이 많이 나오자 그도 역시 벌떡 일어서더군. 솔직히 내가 봐도 우리에게 유리한 판정이 7:3,  6:4정도 많이 나온 것 같다. 좀 봐주면서 해도 너네가 이기잖아요, 참으세요, 코치 K. 다음에 듀크를 응원할테니.

  개인적으로 아레나스를 보고 싶었는데 부상이었다. 젠장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못 보겠군.


 아아아아, 이렇게 8월의 대축제는 끝이 났다. 막상 끝나니 왜 이리 큰 공허함이 드는건지. 25일에 티맥이 방한한다고 하는데...  뭐 워낙 좋은 걸 봐서...ㅎㅎ 그래도 한 번 마중 나가봐???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