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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껄렁한 이야기/끄적끄적 긁적긁적

친구 LJJ의 혼인에 즈음하여...

나도 어느덧 인생의 희로애락을 알만한 나이가 되어 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니 그런 나이에 이르러 나잇값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고 보는 편이 더 적확하리라.

알게 모르게 압박을 받는다는 얘기다.

대학의 선배들이나 여자동기, 군대에 있던 선,후임병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철이 들고 나서 만난 고등학교 친구들의 혼인소식을 접할 때는 별다른 감흥이 떠오르질 않았는데 이번의 결혼소식은 그런 경우와 약간은 다르다.

그와 친구로 지낸 게 국민학교 4, 5학년 때 쯤이었으니 벌써 십수년이 넘어간다.

국민학교 시절 그의 집에서 마르고 닳도록 봤던 비디오, 호소자. 특히 4탄.

또 그와 함께 지낸 다른 친구와 세 명이 아국, 소호, 뚱보(쌰팡~~)이라며 쌍절곤을 갖고 놀았고,

그의 집에 있던 게임기로 신나게 오락을 했었다.

체중조절을 위해 소식을 즐겨하던 내게 너무 많은 도시락의 밥의 절반은 언제나 그가 해결해 주었고 심한 장난을 쳐도 흥겹게 웃어 넘기던 그 때  그 시절...

그러던 것이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하고 다른 대학을 다니면서 국민학교, 중학교 시절만큼의 만나는 빈도는 줄었지만 만남의 빈도와 우정의 깊이는 비례하지 않으니...

그나마 내가 대학을 다니고 그가 같은 도시에서 의경생활을 한 덕분에 가끔 그에게 면회를 신청하러 가던, 당시로선 내게 참 낯설면서도 설렌 기억이 있는데...

그랬던 그가 며칠 후엔 결혼을 한다고 한다.

뭐, 내가 키운 것은 아니지만 성장과정을 함께 해온 친구이기에 그가 결혼을 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묘한 느낌을 들게 한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야 비로소 느낀 거지만 그는 참 어른스러웠다. 그런 녀석이니만큼 혼인생활도 잘 꾸려나가리라 믿는다.

부디 행복하고 즐거운 가정을 꾸리길 바란다.


(그 친구와 관련된 참 미안하고도 절절한 추억이 하나 있는데 98년인가 99년인가에 황간에 사시던 그의 백부님이 돌아가셨던 적이 있었다. 내 딴에는 위로방문차 갔는데 그는 외려 혼자 계시던 백모님을 위해 산골짜기에 홀로 큰 집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나의 방문으로 약간은 당혹스러웠을 그의 백모님에게도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 그리고 그 때 아마 처음 그의 어른스러움을 느낀 것 같고 그 잔상은 지금도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


 
<2004년에 함께 간 속리산에서 찍은 사진.
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여얼굴은 공개하지 않기로...>  



참고: "결혼結婚"은 남자가 장가든다는 뜻으로 남자가 장가간다는 의미해서만 한정하여 쓰이는 단어다. 즉, 맺을 결(結)에 장가들 혼(婚)인 것이다. 반면 혼인은 장가들 혼(婚)에 시집갈 인(姻)이 합쳐진 말로 남자와 여자에게 두루 쓰이는 말이다. 왜 법률에도 혼인이라고 나오고 혼인서약이라고 하지 않는가. 따라서 여자가 시집간다고 하여 "여자여, 결혼 축하해"라는 말은 틀린 말이 된다. "혼인 축하해"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구분을 하지 않고 두루 쓰려고 하면 "혼인"으로 바르게 고쳐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