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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껄렁한 이야기/부귀영화

윔블던 Wimble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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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스틴 던스트, 그녀 옆에는 그녀를 "감히" MJ(마이클 조던이 아니라 메리 제인 왓슨)라고 부르며 항상 지켜주고 보호해주는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 가면을 쓰고 나타날 것 같지만 이 영화에선 "피터 콜트"가 있다. 피터 콜트 역을 맡은 배우는 폴 베타니. 그래, 뷰티풀 마인드에서 존 내쉬의 상상 속의 친구로 룸메이트 역을 했던 배우다.

 일단 영화는 스포츠영화 같기도 하고 로맨틱 코미디물인 것 같기도 하다. 소재와 제목은 분명히 스포츠 영화지만 워킹 타이틀의 작품답게 로맨틱 코미디가 섞인 크로스오버적인 이 영화는 영국의 또 하나의 자랑이자 전통있는 메이저 테니스대회이자 선수들이 흰 옷만 입어야 하는 "격조높은" 윔블던대회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영국의 한물간 테니스 선수인 피터 콜트는 이제는 은퇴를 앞두고 클럽의 프로 강사 자리를 구하러 다니는 세계랭킹 119위의 보잘 것 없는 선수다. 그런데 운좋게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생애 마지막이 될 윔블던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한편 미국의 촉망받는 신인이면서 당차고, 외설적인 농담까지 구사할 수 있는 스타선수인 리지 브래드버리는 아버지의 엄격한 관리를 받으며 테니스 선수로서의 성공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는 착한(여러 의미로) 사람으로 윔블던의 유력한 우승후보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당연히 이들의 지지고 볶는 사랑이야기와 그로 인해 엇갈리는 토너먼트의 승부를 다룬다.

 대개의 스포츠 영화가 그렇듯, 대개의 로맨틱 코미디가 그렇듯 이야기의 구조와 결말은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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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너먼트에서 남자와의 갈등으로 인해 일찍 떨어진 여자주인공은 우여곡절 끝에 남자의 진심을 (매우 쉽게) 알게 되어 화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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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경기를 관람하며 응원을 해주고 상대방(옛 애인이었던)의 약점이나 일러바치며 남자의 경기력에 일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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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그에 힘을 얻고 그런 애정에 화답하여 네트 앞에서 몸을 날리며 발리를 성공시켜 우승컵을 거머쥐게 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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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둘이 애들 낳고 알콩달콩 잘 살아갑니다~~! 하는 충직한 스토리.

 그러나 이런 진부하고 뻔한 이야기임에도 이 영화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일반적인 스포츠영화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센세이셔넗한 극복방법을 제시하거나 선수들이 투혼과 투지를 불살라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이끌어 내려고 하는데도 이 영화에는 그런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핫ㅡㅡ;; 얼마나 쿨한가. 그리고 멜로가 잘 섞여서 그 위대한 사랑의 힘이 선수의 플레이에 전이되어 가공할 힘이 발휘되지도 않는다. 연습 파트너로 절친한 관계인 친구와 토너먼트 중에 맞붙게 되어도 그것에 대한 운명적이거나 어쩔 수 없는 우정과 승부의 갈림길에서의 갈등의 임팩트는 전혀 가해지지 않는다. 그 후에도 그냥 우연히 상대 선수가 부상을 입어 아쉬운 실수로 인해 와일드 카드로 출전한 보잘 것 없는 선수가 연승을 거두는 이변이 일어날 뿐이다. 그리고 정작 그런 이변을 피터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이런 쿨가이 같으니라구....
  피터는 매우 착한 사람이다. 물론 그의 선함과 친절함, 박애정신 덕분에 리지가 그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긴 하지만 그것은 운동선수가 시합 중에는 가져선 안 될 덕목이다. 영화는 피터를 자신이 친 공에 볼보이 맞아 직접 들쳐업고 나가는(맞나?) 선행을 보이고 결승에선 상대가 친 볼에 자기 뒤에 있던 볼보이가 맞자 그에 대한 복수심으로 불타오르는 정의감을 가진 인간적인 영국인으로 묘사한다. (반면 그들이 그리고 있는 미국인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외설적인 행동과 말을 서슴치 않는 리지도 그렇고 결승에서 맞붙는 상대는 옛 애인에 대한 뒷담화를 마다하지 않는다.ㅋㅋ) 게다가 사이가 냉랭했던 피터의 부모는 피터의 선전과 함께 서로가 이해하는 기적을 연출하고 리지를 닦달하던 리지의 아버지는 피터의 인터뷰만 보고 그에게 모든 것을 허락한다. 이 얼마나 놀라운 기적의 연속인가!!! 참 내...

  하지만 이런 말랑말랑한 로맨틱함 속에 스포츠 영화로서의 본질에 충실할 때가 두 번 있는데 한 번은 피터가 리지의 아버지가 보던 리지의 경기 비디오에서 리지의 부진의 원인(서브를 넣을 때 토스한 후 팔이 일찍 내려온다는 증상)을 단박에 알아채고 알려주는 원 포인트 레슨의 강렬함이고 두 번째는 영화의 마지막 결승 장면에서이다. 결승전 장면들은 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꽤나 역동적이며 사실적이다. 그리고 그 마지막 장면 덕분에 이 영화가 산다. 피터가 경기중에 되뇌이는 나레이션의 사유는 운동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백배일 것이며 마지막 네트 대쉬와 발리 대결은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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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감초역할인 에이전트다. 이 영화는 세계적인 스포츠 마케팅 그룹인 IMG(International Management Group)의 설립자이자 회장이었던 Mark Hume McCormack에 헌정한다고 마지막 자막이 뜬다. 이제는 당연시되는 스포츠 에이전시의 초석을 다지고 골프, 테니스, 농구, 미식축구, 축구, 레이싱, 아이스하키, 야구, 육상, 수영, 복싱 등 거의 모든 스포츠의 스타선수를 거느린 초대형 마케팅 회사의 회장으로 각 스포츠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스포츠 자본주의의 총아였고 첨병 역할을 했던 맥코맥에게....
 왜 그에게 헌정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영화를 만들던 시기에 그냥 타계해서인지 영화제작에 도움을 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