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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껄렁한 이야기/끄적끄적 긁적긁적

국어유감

 

방금 무한 도전을 봤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하는데...

대한민국의 평균 이하라고 당당히 말하며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

오늘은 뉴질랜드에서 "롤링 페이퍼"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정말 배꼽 빠지도록 웃은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기분을 잊을 수 없다.

출연자들이 직접 쓴 글들이 TV화면에 나오는데 맞춤법을 무시한 그들의 글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제는("쟤는"의 잘못)"...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그 밖에도 많이 봤는데 웃음과 함께 저 멀리 망각의 숲 속으로 넘어가 버려 다시 기억할 수는 없었다. 또한 무한도전의 자막에 틀린 말이 "흐드러지게" 나오는 것도 수차례였다.

요즈음에는 인터넷의 대중화로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직접 의견을 나타내고 소통하는 수단으로 자리잡아 기쁘기 그지 없다.

그러나 가끔 글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국어를 파괴하여 쓰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것을 볼 때마다, 그리고 가끔 보던 그런 일들이 더 빈번하게 보일 때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보통 나쁜 것들이 좋은 것들보다 바르게 퍼지는 편이니까.

물론 상상플러스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그 프로그램이 잘못 쓰는 말과 바른 말을 알려주면서 국어의 맞춤법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많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그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아나운서는 "맞히다"를 "맞추다"로, "버저"를 "부저"로 하는 등의 잘못을 저지르고 있으니, 뭐......

나도 국어의 맞춤법을 전부 알지는 못한다.

국어사전을 찾아보고, 책과 신문 등을 읽으면서 알게 되는데,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옳은 표현을 쓰려고 노력은 한다.

내가 조금이나마 국어 맞춤법에 관심을 갖게된 때는 국민학교(!!! 난 국민학교 세대... )1학년 때였다. 당시 난 일기장이나 알림장에 기재하게 되어 있는 날씨란에 "말금"이라고 쓰곤 했다. "날씨가 말금..."....그런데 같은 교회에 다니던 2학년 형이 쓴 걸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날씨: 맑음"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그때부터 전 맞춤법에 대해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 그 어린 나이에도 얼마나 제 자신이 부끄럽던지...... 

그럼 지금 당장 생각나는, 흔히 잘못 쓰는 표현을 끄적여 보도록 한다.


"역활(X)"→"역할(O)" : "역활"이 어디서 나온 말인지 전혀 모르겠는데 웹 상에서 이런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역할"보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말을 그렇게나 많이 쓰는지 모르겠다.

"어의없다(X)"→"어이없다(O)" : 어처구니없는 일의 경우 "어이없다"라고 하곤 한다. 그런데 가끔 "어의없다, 어의상실"이란 말을 보게 된다. 임금의 옷이나 임금의 전담 의사가 없다는 것인지, 잃었다는 것인지...

"않"과 "안" : "내가 않했어" 라는 식으로 "않"과 "안"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본적으로 "않다"은 "아니하다"의 준말이라고 볼 수 있다. 즉 "하지 않다, 않지, 않아, 않고, 않으면, 않았는데, 않았으며" 등으로 동사, 형용사의 뒤에 붙어 주로 쓰인다. 반면 "안"은 "아니"의 준말로 볼 수 있다. "내가 안 했어"라고 쓸 수 있을 것이다. 즉, "안"은 뒤의 말을 꾸며주고, "않"은 용언 뒤에 쓰인다. 그러므로 "하지 않다"는 "안 하다"와 같은 말이다. 이 말은 특히 대학 동기 녀석이 휴대전화 문자메세지로 자주 이런 실수를 저지르는데 그걸 볼 때마다 얼마나 때려주고 싶던지...

"맞추다"와 "맞히다" : 위에서도 잠깐 말했지만 "맞추다"는 퍼즐처럼 어디에 어디가 모나지 않게 딱 들어맞는 것을 의미한다. 일치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맞히다"는 어떤 물음에 옳은 답을 하는 것이나 과녁에 어떤 것을 맞게 하는 것을 뜻한다.

"정답을 맞히다", "너의 답과 맞추다" 이렇게 쓰여야 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 비교하여 일치시키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내 답안지를 정답과 맞춰보니 내가 정답을 맞히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쓰일 수 있다.

"하든"과 "하던" : "네가 무엇을 하든 안 하든 상관치 않을테야", "내가 예전에 하던 즐거운 일". "하든"은 하든지 안 하든지 가리지 않는 것을 주로 의미하는 한편, "하던"은 과거의 일을 의미할 때 쓰인다.

"떳다(X)"→"떴다(O)" : 어느 방송에서 자막으로 이렇게 "떳다"가 나오는 것을 기억하는데, "떳다"란 말은 없다. "떴다"가 맞다. 위치스의 "떳다 그녀"라는 노래 때문에 잘못 알려진 것 같다. 비슷한 예로 "소개시켜줘"가 있겠다. 베이시스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라는 노래로, 많은 사람이 "야, 그 아리따운 여성분 좀 나한테 소개시켜줘"라고 말하는데 "소개해줘"가 옳은 표현이다. 기본형으로는 "소개하다". "소개시키다"가 아니라... 방송에서 이런 잘못된 표현을 쓰는 프로그램(베이시스의 노래와 동명인 중매 프로그램이 있다)을 볼 때마다 그 사람들을 "소개(疏開)시키"고 싶어진다. 예비역들은 이 말을 아실 듯...ㅋㅋㅋ

"설레임(X)→"설렘(O)" : 여름의 더위를 식혀주는 맛있는 빙과제품에 "설레임"이 있다. 그리고 노래방의 인기곡인 "천생연분(솔리드)"의 가사에 "설레임을 안고 집을 나섰지,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아무튼 이래저래 좋았던 거야"가 있다(운율을 맞추기 위한 시적인 표현을 허용한다면 무방하긴 하지).  하지만 국어 맟춤법엔 틀린 말이다. "설렘"이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제품의 고유명사이므로 설레임으로 써도 무방하겠지. 하지만 이럴 때만이다. "난 설레임을 먹을 테다"처럼 그 제품을 가리킬 때만 말이다.  가령 "너를 만난다는 설레임 때문에 기분이 좋아"는 틀린 표현이다. 뭐 화자가 설레임이라는 얼음 보숭이가 너의 입과 만난다는 것을 표현했다면 그렇지 않지만 말이다....비근한 예로 "오뚜기" "오뚝이"가 있다. 전자가 기업의 고유명사인 반면 후자는 아무리 넘어뜨려도 똑바로 일어서게 되는, 하단에 무거운 물체가 들어간 장난감을 일컫는 보통명사이다. 그러므로 "오뚜기처럼 일어나라"란 말은 "오뚜기"라는 기업처럼 일어나란 의미이며, "오뚝이처럼 일어나라"라는 말은 넘어벼도 다시 일어나라는 뜻이다. 오뚜기란 기업이 어떻게 일어섰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하지만 난 오뚜기 3분 요리 시리즈와 진라면을 좋아한다.....쿨럭)

그리고 좀 더 깊이 들어간다면 "행여""혹시"의 차이이다. "혹시"는 보통 중립적이거나 부정적일 때 쓰이는 것이 많고 "행여"는 자신이 바라는 마음이 들어간 것이 대부분이다. "혹시 선생님이 오시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혹시 하는 마음에 한 번 더 점검을 했다", "혹시 네가 그랬냐?".....그리고 "행여 그 님이 오시지 않을까 한 번 더 돌아보았다", "행여라도 그 분이 오시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행여와 혹시는 거의 같은 쓰임으로 쓰여도 큰 상관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냥 그렇다고만 알아 둬도 괜찮을 듯 싶다.

우리 글과 우리 말은 일제 강점기에 핍박을 받았다가 다시 찾은 소중한 것이다. 요즈음은 영어나 중국어, 일어 등의 외국어에 핍박을 받는다는 생각도 좀 들고 말이다. 잃었을 때 비로소 그것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찾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보다는 있을 때 소중히 여기고 가꾸는 것이 더 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