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소통에 관한 영화라는데 차라리 "나비효과"라는 제목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한 자루의 총이 가져오는 소용돌이.
물론 모로코로 여행간 미국인 부부는 그 나라 사람들과 언어적으로 잘 소통하지 못하고 (비록 가이드가 있지만) 그들의 문화에 이질감을 느끼고, 그 미국인 부부의 아이들을 돌보는 보모는 아이들에게 낯선 멕시코로 간다. 그리고 국경에서 벌어지는 마찰. 일본의 소녀는 농아라 말을 하지 못하고 듣지 못한다. 그래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무시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로코의 아이들은....흠흠.... 뭐, 실타래의 첫 부분은 끊어져 있으니까.
자, 그럼 이것을 "나비효과"라는 제목을 달았다고 생각해보자. 일본에 사는 남자는 모로코에 사냥 여행을 갔다가 현지인에게 총을 선물로 준다. 총을 선물로 받은 모로코의 사람은 이웃에게 총을 팔고 총을 산 이웃을 아들들에게 염소를 지키기 위해 총을 주고 그 아들들은 총으로 장난삼아 쏘다가 여행중이던 미국인 여성을 맞히게 된다. 총상을 당한 부인과 그의 남편은 자국에 아이들을 보모에게 맡기고 왔다. 미국인 부인의 부상으로 인해 일정에 차질이 생겨 보모는 아들의 혼인식에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가게 된다. 다시 일본으로 가자면 남자의 부인은 총으로(그게 그 총은 아니지만) 자살을 했으며 그 딸은 그로 인해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각 사건들은 결국 죽기도 하고 살아남기도 하며 추방을 당하기도 하고, 뭐 그렇게 결말을 맺는다. 그리고 이 일련의 사건들, 아니 개개의 사건들은 이제는 진부하기까지한 뫼비우스의 띠처럼 어디서부터 시작이 됐는지조차 정확히 집어내지 못할 만큼 모호하고 연결성이 있다. 그리고 이런 형식의 영화는 거의 1년 전에 크래쉬가 있었으며 그 임팩트를 잊기엔 1년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짧다. 게다가 크래쉬는 그 구성이 모자이크적(이런 말이 있나?)이기까지 했으며 교차점은 너무나 매끄러웠다. 왜 바벨을 보면서 1년 전의 추억을 더듬어야 했는지...
어쨌든 21그램 이후(아모레스 페로스는 못 봤으니 패스~) 괜찮은 영화를 계속 찍어대니 이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라는 어려운 이름은 외워둬야할 듯.
[근데 정작 제목이 나비효과였던 그 <나비효과>는 왜 제목이 나비효과였는지 잘 모르겠다. 차라리 IF나 인생극장 따위가 낫지 않았을지.]
이상일 감독과 함께한 아오이 유우
홀로 그 꽃을 피우기도 한다.
(팔 모양은 Big L을 형상화한 것으로 래리 존슨을 향한 헌사 ...)
냐하하하하하~~~
아잉~~!!
쌩유 베리 감사~~!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흐드러지게 활짝 핀 붉은 꽃조차
각설하고, 훌라걸스는 식스티나인을 연출했던 이상일 감독의 작품이다. 그리고 두 작품은 비슷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때는 바야흐로 1960년대, 탄광업이 이제 사양길로 접어들기 시작한 때에 이제 탄광회사는 문을 닫고자 한다. 그리고 미래를 위해 서비스업인 하와이언센터를 지으려고 한다. 당연히 주민 대부분이 탄광 노동자인 탓에 반발은 심하지만 10대와 20대의 젊은 여성들은 하와이언센터에서 공연할 무용수로의 꿈을 꾼다. 그리고 약하다고만 생각했던 그들이 변화의 중심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누구라도 예측가능한 이야기가 전개되고 예상된 결말을 맺는다.
기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그닥 새로울 것이 없다. 많이 보던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도 해야겠고 저 이야기도 해야겠고 하는, 무엇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없다는 마음에 다소 방만해지고 집중력이 흩뜨러지는 감이 있지만 적지 않은 수의 캐릭터들이 나름대로 확고하기 때문에 헷갈리지는 않는다. 난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 나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 누가 누군지 알기가 힘들어서. 하지만 프리즌 브레이크가 그렇듯 캐릭터들의 개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그럴 염려는 없다고 봐도 좋다. 다만 프리즌 브레이크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풍성하게 느껴지지만 2시간 안팎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아야하는 영화에서는 그게 다소 중구난방으로 느껴진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한 나머지 약간은 지루한 감이 없지 않지만 나는 그 지루함을 아오이 유우를 보면서 흐뭇해하는 시간으로 치환시켰다. 아오이 유우~~유후~!!!!
그냥 웃을 수 있는 재밌는 영화다. 옵빠, 달린다~~!! 난 음악도 곧잘 한다고~ 짜잔~~ 감독님, 살 타겠어요! 아름다운 엔카르나시온 수녀.
그리고 다시 한 번 알 수 있듯이 잭 블랙은 타고난 배우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의, 그에 의한, 그를 위한 영화다. 누가 이 역할을 잭 블랙을 대신하여 맡을 수 있을 것인가? 그는 그만의 스타일을 어느 영화에든 녹일 수 있다. 일종의 롤 플레이어라고 해야하나?
그리고 반가운 존 애브루찌도 볼 수 있다. 그래, 프리즌 브레이크했던(감옥에서 탈출하여 죽은 줄로만 알았던) 존 애브루찌는 마피아의 신분을 접고 집시왕으로 전직했다.ㅋㅋ근데 매우 잘 어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