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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껄렁한 이야기/끄적끄적 긁적긁적

Numb3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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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수학이 무슨 필요가 있으며 왜 배우는가?"라는 의문은 수학을 싫어하는 모든 학생들의 지침이 되며 도피처가 되는 말이다. 나도 '수학의 정석'을 베개용으로 썼다. 항상 불만은 왜 표지를 하드커버로 딱딱하게 만들어서 베개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게 만들었는지 하는 것이었지만 늘 잠이 부족했던 그 당시에는 그런 것도 별 문제없이 책을 펼쳤다가 이내 잠으로 안내하는 신통방통한 요물이었음에 불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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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We All Use Math Every Day" 란다. 물론이다. 난 이 놀라운 사실을 군대에서 경험했다. 삼각함수를 써서 박격포를 방렬하더라. 물론 원리만 그렇고 실제 포 방렬에선 택티컬한 것만 이용하기에 급급하지만 말이다.
  범죄수사물에서 남다른 재능을 보여온 CBS의 색다른 범죄수사물 넘버스(NUMB3RS). Numb3rs라는 타이틀에 숫자 3을 쓰면서 이건 숫자에 관한 드라마임을 공표하고 나선 이 드라마의 기획, 제작자는 리들리 스콧과 토니 스콧 형제다. 스콧 형제 각자의 영화들은 별로 실망스러운 적이 없었기에(솔직히 리들리 스콧의 "1492 콜럼버스"는 기대치에 비례한 실망치가 컸지만 음악은 최고였다. 그래서 배경음악도 1492 Conquest of Paradise다.) 보기 시작했는데 참 이해하기 어려운 드라마다. 무슨 수학정리가 그리도 많은지, 원.

  암튼 드라마의 주인공은 엡스 형제다. 형 돈 엡스는 FBI의 반장이고 동생은 천재 수학자로 칼사이대학(CalSci)에서 수학교수로 있는 찰리 엡스.드라마 홈페이지에는 찰리 엡스가 Southern California technical university에 있다고 나오는데 드라마에는 CalSci라고 나온다. 아마 캘리포니아공대를 모델로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협찬사는
Texas Instruments와 National Council of Teachers of Mathematics (NCTM 미국 수학교사협의회)라고 나오는군.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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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 Morrow가 맡은 Don Eppes는 FBI의 반장이면서도 스스로 범죄자를 잡는데 늘 곤란을 겪어 동생의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부하들을 다루는 데는 남다른 책임감을 가져서 자신이 없으면 부서가 안 돌아가는 줄로 아는 일벌레이기도 하고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인물. 그러나 시즌3, "One Hour"란 에피소드에서는 그가 정신상담(혹은 그와 비슷한 상담)을 받는 동안에 다른 대원들이 능숙하게 일을 처리한다. 물론 찰리 엡스와 함께. 여기 나온 FBI들은 수학천재의 도움없이는 일을 거의 하지 못한다. 그래도 찰리 엡스가 수학이론을 설명할 때 거의 모든 것을 이해할 만큼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다. 아마 그래서 FBI가 된 것일 수도 있겠지. 아님 어차피 드라마고 짜고 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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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David Kromholtz라는 어려운 이름을 가진 배우가 맡은 Charlie Eppes는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수학천재다. 모든 사회현상은, 아니 자연현상까지 수학과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과학신봉자. 어릴 때부터 수학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 영재로서 어린 나이에 대학에 들어간 덕분에 외로움을 느끼고 있던 인물이다. 천재는 자기 나이에 맞지 않는 교육을 받고 일찍 학문에 입문하는 터라 자기 또래의 친구가 없는 법이다. 그래서 친한 사람들이 지도교수나 동료교수들.... 그러나 형의 범죄수사를 수학적으로 계산하여 범죄자의 소재를 파악하고 다음 범죄를 예측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FBI의 수사관들에게 어려운 고등 수학정리를 이야기해 줄 때 우매한 사람들이 이해하기 편하도록 가까운 실례(實例)를 들어 설명할 줄 아는 교수법을 가진 유능한 사람인데 개인적으로 그렇게 설명해도 잘 이해가 가지는 않는다. 이걸 이해하는 FBI수사관들의 지적 흡수력이 부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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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Larry Fleinhardt교수. 시즌 3에서 잠깐 우주여행을 다녀오기까지한 사람이다.(아님 24 시즌6에 출연하려고였는지) 이 사람도 천재성이 다분하여 매우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찰리 엡스를 키운 장본인이기도 하고 찰리의 가장 절친한 친구이면서 동료교수이기도 하다. 그렇게 때문에 찰리가 자신의 재능을 본연의 임무인 수학연구에 몰두하지 않고 FBI업무에 관심을 가지는 것에 약간 못마땅해 하지만 그도 잘 도와준다. 사회현상에 대해 독특한 시각을 가진 참 괜찮은 사람이다. (보스턴 리걸에선 데니 크레인의 정신과 의사로 나와 총을 쏴대기도 했다.)
교내에서 걸을 때 약간 피해망상에 젖은 듯한 자세로 한 손을 턱과 입술에 갖다댄 채 생각하면서 걷는 모양은 정말 일품이다.


참고로 넘버스 드라마 안에서 칠판 등에 쓰여있는 모든 수학공식들은 실제 수학자들의 감수를 받은 진짜 수학공식이란다. 시즌3는 끝났으니 이제 시즌4가 나올 때까지 머리를 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