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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껄렁한 이야기/부귀영화

다이하드 4.0 (Live Free or Die Hard)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만땅이니 조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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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뜸했던 그가 돌아왔다.....~~~!!!!


영웅은 언제나 고독하다. 혹은 조용히 사라져 가거나. 초능력을 가진 수퍼 악숀 히어로들은 가면을 쓰면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며, <24>의 잭 바우어는 LA와 미국을 위해 몸을 바쳤지만 부인은 죽고 딸이라고 하나 있는 애는 만날 사고만 치더니 잭의 곁을 떠나 엽기적인 그녀로 돌아선다.
  브루스 윌리스와 동시대의 영웅이었던 두 사람 중 실베스타 스텔론은 람보의 활약을 접고 록키 발보아로 돌아왔지만 흘러간 세월을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중얼중얼 알 수 없는 발음만 날리고 있으며 아놀드 슈워츠제네거는 더이상 총과 근육으로 제압하려 하지 않고 공권력을 장악해서 안정된 노후를 설계하고 있다.

  그리고 존 맥클레인 형사. 그가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벗겨진 머리에도 불구하고, 이젠 경찰서에 앉아 상황이나 보고 커피와 도넛을 먹고 싶지만 언제나 그가 있는 곳에서 사건이 터지고 또 그만이 해결할 수 있다. 비록 이젠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고 조력자가 있어야 하지만.그래도 언제나 미국을 구할 영웅은 존 맥클레인이다. 게다가 처음엔 빌딩에서만 고생을 하다가  공항으로, 그리고 뉴욕시로 점차 활동영역을 넓히더니 이제는 뉴저지, 워싱턴D.C., 볼티모어를 아우르는 지역으로까지 확대됐다. 나이는 먹어가는데 커버해야할 영역은 더 넓어진다.  

  게다가 세월의 흐름으로 예전에 총질만하고 끈질기게 들러붙기만 하면 어떻게든 사건은 해결되고 범인도 잡을 수 있었는데 이젠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기도 힘들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도 모를만큼 세상은 변해버렸다. 이제껏 컴퓨터없이도, PDA없이도 잘만 살아왔는데 돼지털, 돼지털 하더니 그게 돼지의 털이 아니라 디지털이란 것이었댄다. 오호 통재라!!! 덕분에 거추장스럽게도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애송이를 보좌하면서 그가 컴퓨터를 만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래, 이제 그는 가브리엘의 말처럼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형사"일 뿐이지만 아직도 그의 아날로그 액션은 통쾌함을 준다. 뭐, 디지털 시대의 초창기에 나온 나름 액션영화인 <네트>에서 약간 밋밋했던 느낌이나 지금 봐도 재미있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는 디지털 시대의 액션영화지만 역시 윌 스미스의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는 디지털 시대의 액션 영화라기보단 국가권력, 국가감시와 개인의 자유에 관한 영화라고도 볼 수 있지만 여기선 그냥 비교대상으로 정한 것이니 오해하지 말도록.)
  존은 잭 바우어처럼 액션과 디지털에 모두 능하지 않다. 맥클레인은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만 한다. 이 얼마나 편한가!!!  

  그의 아날로그 액션은 자동차로 헬기를 폭파시키고 엘리베이터 통로에선 쿵후의 대가인 여자(매기 큐)와 아찔하게 대결을 펼치는 것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대형트럭으로 전투기를 추락시키기까지 한다. 이 미국의 영웅은 혼자 있을 때도 자신의 처지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한탄한다. 그래, 그는 부인과 이혼했고 그의 딸래미는 어머니 성으로 바꾸며 아버지와의 만남을 거부한다. 그래서 그는 외롭고 고독하다. 반장과 살건 아니잖는가! 뭐, 비록 미국 영화의 영원한 목표인 가족애로 귀결되긴 하지만...
  그의 막가는 액션은 여전히 통쾌하다. 이젠 이력이 나서 상대의 무전을 받아서 바로 대장을 바꾸라고 하며 조무래기들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끝판대장과 담판을 지으려 한다. 직접 만나기 전까지 여전히 그의 무기는 말빨이다. 그의 전투력의 칠할은 아마 이런 말빨이 아닐까. 혼자 있을때, 상대와의 일전을 대비할 때 비장함을 느끼게 할 새도 없이 그가 내뱉는 수다에 관객은 은근히 미소짓게 된다. 덕분에 다른 수퍼히어로나 미국의 영웅이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를 내뿌고 있는 반면 존 맥클레인은 정말 미국인들의 이웃이라고 느껴진다. "경찰은 여러분 가까이에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여전히 그의 액션은 봐줄만 하며 그의 입담도 나름 먹힌다. 최근에 나온 초록 괴물, 해적, 거미인간, 오션 일당 등의 시리즈물 중 다이 하드가 가장 낫다. 시리즈의 텀이 길긴 하지만... (다이하드가 4편이고 다른 것들이 3편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른 시리즈의 4편도 기대해도 되나???  그럼 <택시>는? 택시는 이제 그만 나오는게 제작자에게나 관객에게나 좋지 않을까 싶다. 택시4에서 가장 즐거운 장면은 지브릴 씨세가 나온 부분뿐이다. 아니 반가운 장면인가?)
 게다가 영화는 이 디지털에 목숨을 건 세상이 어떻게 바뀔 수 있을지 경고도 한다. 실제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파이어 세일"이 진짜 있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