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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껄렁한 이야기/끄적끄적 긁적긁적

연애시대

 



드라마는 챙겨봐야 하는 수고를 해야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는데 이 드라마는 그런 수고도 마다 않고 보게 만든다.

보통 드라마를 재밌게 보다가도 한 두회를 거르게 되면 다시 보지 않게 되기 십상인데
이 드라마는 한 회를 못 보게 되면 추후에 또 다른 경로(!)를 통해서라도 챙겨보게 만든다.

웰메이드 드라마란 말이 있다면 이런 드라마를 가리키는 말이 아닐까?

통상적이고 통속적인 이야기인 것 같으면서도 낯선 느낌의 드라마.

한지승 감독의 영화는 그리 내키지 않았는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이 사람은 어쩌면 드라마 연출에 더 좋은 역량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더라도 그의 차기작이 기대되기도 하고.

또 그의 부인인 노영심이 만든 드라마 OST는 이 드라마를 빛나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이 중독성 깊은 노래가 흐를 때면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고 같이 흥얼거리게 된다.

그리고 스쳐가듯 지나간 나얼과 장혜진의 "옛 사랑"은 처음 듣는 동시에 귀가 번쩍 뜨이게 했다. 

한국 정상의 남성 보컬과 여성보컬이 만들어 내는 하모니는 그만큼 대단하다.


 

그리고 감우성과 손예진(주로 손예진이지만) 등 등장인물이 내뱉은 나레이션은 한번쯤 사랑이나.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짧은 그 나레이션이 한 회분이나 그 다음을 암시하기도 해 매우 집중해서 듣게 된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높은 연기력이 이 드라마를 빛나게 해주는 주요인이겠지.

최근에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그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배우에게 집중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그 배우의 연기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과연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있나하는 의구심이 들어서 그러는 것이다.

음향시설이 안 좋아서인지, TV속의 과도한 자막으로 인해 나의 청각을 쓰지 않아 도태되는 건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몇몇 배우의 발성은 문제가 있다.

또한 비록 내가 스타니스랍스키나 브레히트의 연기론에 대해 알지는 못하지만(뭐 굳이 알 필요도 없다) 배우의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연기를 한답시고 앉아있는 그들을 보노라면 내 얼굴이 다 화끈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연애시대에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는 드라마 속 이야기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주연과 조연, 단역을 가리지 않고 말이다.

그리고 자칫 건조하고 심각한 사랑이야기(혹은 헤어짐의 이야기)의 무거움을 덜어주는 적절한 코믹한 요소도 이 드라마의 빠뜨릴 수 없는 매력이다. 조금만 더 과하면 산만하게도 느껴지기 쉬운데 적지도 많지도 않은 이 유쾌함은 이 드라마가 가진 흡입력의 주범이다.


마지막으로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이 외계소녀, "이하나".

내 메일함의 용량을 채워주던, 일면식도 없는 "김하나"의 스팸메일과 같이 내 마음에 풍파를 일으키고 있는 주인공이다.

검증받은 조연의 일인자 공형진의 상대역으로 좋은 첫걸음을 내딛은 것은 그녀의 최대의 행운일 것이다.

드라마 속의 유지호 캐릭터는 정말..................내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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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종영이 다가올수록 그에 대한 아쉬움이 커지는 이 놈의 매력덩어리 드라마가 참 좋다.


(이 글은 2006년 5월 16일에 썼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끝난지 1년이 다 되어간다....)